치매와 생식 기능 저하 가능성 배제
못해 김덕원 교수 말대로 서구에서는 이미 70년대 말부터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상당한 과학적 결과를 축적해왔다. 지난 50년대 미국에서는 고압선 근처의 농산물 성장이 더디고 젖소의 우유 생산량이 감소, 기형 송아지를 낳는 등 이상 증상이 연이어 보고되었다. 또한 농산물이나 가축뿐 아니라 고압선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두통이나 불면증 등을 느낀다는 주장이 점차 많아지면서 시위와 법정 소송이 발발, 전자파에 대한 유해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체계적인 최초의 연구는 79년의 일로 미국의 리퍼(Leeper)라는 과학자가 콜로라도주 고압선 주변에 사는 아동들의 백혈병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다른 지역에 비해 두 배 이상 된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자파 유해성을 주장했다. 실제로 작년 10월 영국 BBC 방송은 영국의 생물학자 로저 코그힐(Roger Coghill)의 말을 인용해 핸드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의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백혈구를 파괴한다고 보도했다. 코그힐의 실험은 사람의 혈액을 자연상태와 전자파 노출 상태로 구분하여 관찰하였는데, 7시간 30분이 지나자 자연상태 혈액의 백혈구는 70% 이상 남아 있는데 비해 전자파에 노출된 혈액의 백혈구는 13%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영국 전자산업협회의 톰 윌리스 회장은 "제품 생산단계 이전에 충분한 사전 실험을 했으나 그런 결과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라며 코그힐의 실험 결과를 반박했다.
그 후로 미국과 스웨덴을 중심으로 전자파 유행성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었는데, 그 결과 전자파가 뇌에 적지않은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새롭게 대두되었다. 리퍼의 조사와 같은 해 미국 환경보호국의 블랙맨(Blackman)은 닭의 뇌를 이용한 실험에서 전자파에 의해 닭 뇌의 칼슘 결합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블랙맨은 82년 닭 뇌의 칼슘 결합 변화가 16Hz의 저주파에 의해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런가 하면 94년 6월 스웨덴의 유진 소벨(Eugene Sobel) 박사가 치매라고 불리는 알츠하이머병과 전자파가 연관을 갖고 있다고 밝혀 다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 후 96년 11월 스웨덴의 마리아 페이팅(Maria Feychting) 박사는 오랜 역학 조사를 기반으로 전자파가 많이 방출되는 환경에서 일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라고 불리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이 5배 이상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과 미 국립산업안전연구소가 10년에 걸쳐 미 전역 27개 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자 사망률 조사에서도 전자파와 알츠하이머병은 연관성이 높다는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뇌에 대한 전자파의 영향과 함께 전자파와 생식기관의 함수관계를 풀어보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97년 스웨덴 캐롤린스카연구소의 스텐룬드(Stenlund) 박사와 플뢰데르(Flodeurs) 박사 팀은 전자파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군 노동자가 일반인에 비해 고환암에 걸릴 확률이 30% 정도 높다고 발표하였다. 앞서 설명한 바대로 전자파는 피부에 흡수, 체온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체온보다 온도가 낮고 혈관 분포가 거의 없어 열에 민감한 고환이 다른 신체 기관에 비해 전자파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인의 정자수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점을 예로 들며 전자파에 대해 적절한 대책이 없는 한 앞으로 70년 이내에 인간은 생식 기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바야흐로 전자파로 인한 인류 생존의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고환과 비슷한 기관으로 눈의 수정체가 있는데, 수정체도 열에 민감한 기관으로 열을 받으면 수정체가 점차 굳어져 백내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성 생식 기관뿐 아니라 여성의 출산 이상과 전자파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1월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김윤원 교수팀은 전자파에 의한 기형아 출산을 쥐를 대상으로 실험해보았다. 총 120마리의 쥐를 10개 집단으로 나누어 40주 동안 실시한 실험에서 임신율은 70% 정도로 대부분 비슷했지만 태어난 쥐의 기형율은 전자파에 노출된 쥐가 10∼20.3%로 일반 집단의 5.3%보다 최고 3.8배나 높았다. 97년 일본 후생성에서 조사한 'VDT(Visual Display Terminal) 작업 여성의 출산 현황' 보고서를 보면 250명의 설문 조사 여성 중 36.4%인 91명이 유산이나 기형아 출산 등 출산과 관련하여 심각한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