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cm 이상 거리 유지, 플러그는 반드시 뽑아둔다
이처럼 전자파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컴퓨터 사용자가 직접적으로 접하는 컴퓨터의 전자파는 어느 정도가 될까? 컴퓨터를 이루는 구성 요소 중에 전자파와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은 모니터이다. 일반적인 CRT 모니터는 뒤쪽의 전자총에서 수십kV의 높은 전압으로 승압시킨 전자선을 화면 앞쪽에 있는 형광물질에 비추어 화면을 표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 전자총에 걸리는 고전압은 매우 높은 양의 전자파를 발생시킨다. 만일 모니터에 어떠한 전자파 차단 장치도 없다면 전자레인지에 버금갈 양의 전자파를 발생하게 된다.
"모니터 안에는 전자파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 합금 막이 있습니다. 전자파 유해론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모니터를 제조할 때 전자파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임부택 주임 연구원의 말이다. 연세대학교 김덕원 교수 팀에서 지난 96년 조사한 바로는 국산 모니터의 경우 외산 모니터에 비해 약 4배 가량 많은 전자파를 방출한다고 밝혀졌다. 삼성전자 임부택 주임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 판매되는 모니터는 대부분 전자파 차단 장치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전자파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차단 장치를 잘 했다하더라도 전자파를 100% 막기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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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5,6 전자파는 거리에 비혜하여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한다.모니터에서 50cm 떨어지면 10cm일 때에 비해 전자파가 86%이상 감소했다. |
앞서 전기장과 자기장의 차이에서 설명했듯이 전기장은 접지된 도체에 닿으면 흡수되지만 자기장은 뮤(μ) 메탈 같은 특수 금속이 아니면 차단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뮤 메탈처럼 자기장을 차단할 수 있는 금속은 매우 고가로 모니터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 모니터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기장 차단 장치를 사용하면 제조 원가가 상승하며, 이는 타사와의 가격 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라고 하며 전자파 차단 장치의 개선에 난색을 표명했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는 모니터 중 스웨덴의 전자파 차단 규격인 TCO 기준에 맞춘 제품은 동종의 모니터에 비해 10% 가격이 비싸다. 모니터 전자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매우 원천적인 방법으로 CRT 모니터를 LCD 모니터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LCD 모니터는 CRT 모니터에 비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두 번째 방법은 가능한 한 전자파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전자파는 전기장, 자기장 모두 발생점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약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자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용공학교실의 도움을 받아 거리에 따라 전자파가 얼마나 약해지는지 직접 측정해 보았다. 측정은 '극저주파 강도 측정기'라는 미 할러데이(Holaday)사의 전자파 측정 기기를 이용하였다. 의용공학 박사과정에 있는 남기창씨에 따르면 전자파 측정은 정확한 측정을 위해 가로, 세로, 높이의 세 방향에서 측정하는데, 자기장의 경우 특별한 환경을 조성하지 않아도 측정에 어려움이 없지만 전기장은 주위의 전기장 발생 물체를 최대한 제거한 후 측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화면 2, 3, 4). 따라서 측정은 자기장만 하기로 했다.
테스트는 화면으로부터 10cm와 50cm의 두 위치에서 이루어졌는데 각각 3회 측정해 최대치를 결과로 하였다. 자기장 측정 결과 10cm에서는 4.57mG/m, 50cm에서는 0.624mG/m로 나타났다(화면 5, 6). 거리를 5배 멀리함에 따라 자기장의 세기는 86%이상 감소하였다. 전자파의 피해를 줄이는데 적당한 거리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대변해주는 실험 결과였다. 전문가들도 "모니터에서 50cm 이상 떨어진 상태로 작업한다면 전자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라고 충고한다.
거리와 함께 중요한 것은 작업 중의 휴식이다. '가랑비에 속옷 젖는다'라는 속담처럼 아무리 미세한 전자파라도 계속 누적된다면 좋지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컴퓨터와 건강' 연재의 3월호 테마였던 안과 편에서 지적했듯이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적어도 1시간에 10분 정도는 휴식을 취해주어야 한다. 더불어 자신의 모니터뿐 아니라 주위의 모니터도 함께 올바른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모니터는 전자총이 있는 후방에서 더 강한 전자파가 방출되므로 남의 모니터라도 자신의 작업 공간에 근접해 있다면 양해를 구해 위치를 바꾸는 등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전기 플러그를 뽑아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전기기기에 전원을 켜지 않으면 전자파가 나오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오산이다. 컴퓨터와 같은 전기기기는 전원을 켜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플러그를 뽑지 않으면 계속 전기장이 발생한다. 전기장은 전기가 있는 것이라면 어디든 발생하는 성질이 있다. 전원을 켜지 않고 플러그만 연결해놓았다 하더라도 전기는 이미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까지 와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전기장이 발생되며 여기서 전원을 켜면 전기의 흐름이 시작돼 자기장까지 생기게 된다. 이것은 비단 컴퓨터뿐 아니라 모든 전기기기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만일 자신의 침대 머리맡에 전기 장치가 있다면 자기 전에 플러그를 뽑아두는 편이 현명하다. 물론 플러그를 뽑아두면 전자파 방지와 함께 전기절약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