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건강 위협하는 전자파, 그러나 기준 마련 늦어져
"아직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해 명확한 과학적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심각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관계당국의 빠른 규제 마련과 사용자의의식 전환이 시급합니다" 연세대 김덕원 교수
지난 4월 13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전자파 규제 입법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회 환경 포럼이 주최한 공청회는 주제 발표 2인 이외에 시민단체와 환경부, 산자부, 한국전력 등 많은 관련 기관에서 패널이 참석하여 진지한 토론을 가졌다. 하지만 공청회의 열띤 분위기와 달리 결국은 '좀 더 검토해보자'라는 구렁이 담 넘어가기식 결론으로 귀착되었다. 작년 11월 정보통신부는 한국전자파학회의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올 1, 2월 중에 전자파 차단 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관계자는 "전자파 기준이 마련되면 한전 등 기업의 입장에서는 별도 비용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관련 부처 역시 기업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전자파 기준 마련이 늦어지는 현실을 꼬집었다. 세계에서 전자파 규제를 가장 엄격하게 실시하고 잇는 나라는 단연 스웨덴이다. 스웨덴의 전자파 규제는 TCO 규격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모니터의 경우 자기장은 전방 30cm에서 2mG 이하, 나머지 방향은 50cm에서 2mG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전기장은 전방 30cm에서 10V/m 이하, 나머지는 50cm에서 10V/m 이하이다. 미국은 지난 95년 국립방사선보호위원회에서 정한 2mG가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우리 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양권 국가들은 전자파 규제에 힘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의 K사무관은 "아직 과학적으로 유해성을 입증하기에 어려운 상태에서 무리하게 기준을 마련하면 많은 반발이 있기 마련"이라며 기준 부재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덕원 교수는 "동식물 실험이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역학 조사는 대상이나 기간 등 객관적 환경을 조성하기가 어렵다. 또한 암처럼 그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질병은 발병 가능성이 다양하기에 전자파의 영향을 입증하기란 매우 곤란하다. 하지만 전자파가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만은 분명하며, 사회가 디지털화 될수록 점점 더 많은 문제점이 생겨날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50년 전만 하더라도 누군가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담배 회사에 원한을 가진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담배가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됨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직 과학적 입증은 부족하지만 전자파의 유해 사실은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
